오피니언-고령운전자가 안전하게 운전할수 있도록 제도·정책 세워야 한다

박원필 책임연구원 | 기사입력 2023/03/13 [00:00]

오피니언-고령운전자가 안전하게 운전할수 있도록 제도·정책 세워야 한다

박원필 책임연구원 | 입력 : 2023/03/13 [00:00]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2025년 상반기 고령화율이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인구고령화 속도다. 교통안전 측면에서 인구고령화 대응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은 아직까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는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전면허 자진반납제도 실효성 미흡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 중 운전면허 소지자 수는 2017년 280만명(전체 운전자의 8.8%)에서 2021년 402만명(전체 운전자의 11.9%)로 연평균 9.8%씩 증가했다.

 

동기간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의 연평균 증가율 1.6%보다 6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고령운전자의 운전면허 자진반납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이 높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자료이다.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도 증가 일로에 있다. 최근 5년간(2017~2021년) 우리나라 전체 교통사고 발생건과 사상자 수는 감소 추세이지만 동기간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는 연평균 4.8%씩 증가했으며 부상자 수도 연평균 4.1%씩 증가했다.

 

당연히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점유율도 높아질 수 밖에 없어 2017년 12.3%였던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점유율은 2021년 15.7%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3%에서 24.3%로 대폭 증가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점은 특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우리나라의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발생추이와 점유율이 갈수록 점점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인구고령화와 고령운전자 증가에 대응한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거나 시행 중에 있다. 운전면허 갱신주기 조정,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 및 운전면허 자진반납 유도 등이 대표적인 정책사례이다.

 

이 중에서 현재 시행 중인 운전면허 자진반납 제도의 경우 운전면허 반납 시 교통카드 지급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반납율이 저조한데 이는 운전면허 반납 시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이 많지 않고 무엇보다 운전면허 반납 후 고령자의 ‘이동 필요성 및 편의성’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도시에 거주하는 고령자의 경우 자가운전을 포기하더라도 대중교통망이 잘 구축돼 있는 만큼 이동의 불편이 적을 수 있지만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중소도시나 농어촌에 거주하는 고령자의 경우에는 자가운전이 생활을 위한 필수요건일 수밖에 없다.

 

또 평균수명과 근로연령의 증가로 인해 65세 이상 고령자라 할지라도 지속적인 경제활동과 은퇴 후 다양한 취미·여가 활동을 위한 교외이동 등 자가운전을 포기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처럼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고령자가 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가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검토 및 시행 중인 여러 제도·정책은 고령자가 운전을 ‘안’하게 또는 ‘못’하게 하는 부분에 좀 더 무게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렇다면 고령자의 이동권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교통안전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여러 방안이 있겠지만 ‘자동차 안전기술 접목’은 그 중 유력한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될 수 있다. 최근 들어 대중화 되고 있는 ‘첨단운전자지원장치(ADAS) 장착 차량을 통한 고령운전자 보호·지원 대책’이 그 한가지 사례로서, 노화로 인한 시야 축소, 인지-반응 능력 감소 등 고령운전자의 신체적 기능 저하에 따른 사고위험 증가를 첨단안전기술로 보완해줌으로써 고령운전자의 사고예방 및 피해경감을 도모할 수 있다.

 

아울러 인구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는 국내 여건을 고려했을 때 운전자 수의 감소는 국가대표산업인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관련 분야의 위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바 교통안전과 자동차 관련 산업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예로 우리나라보다 먼저 인구고령화가 시작된 일본의 경우 ‘교통안전 서포트 차(사포카)’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고령운전자가 첨단안전장치를 장착한 차량을 구매하면 2~10만엔의 구매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인데 이러한 제도 도입의 배경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 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발생사고에서 고령운전자(주. 75세 이상을 ‘고령운전자’로 지칭함)에 의한 사고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75세 이상 고령운전자는 ‘조작 실수’에 의한 사고가 그 원인의 30%를 차지한다는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교통안전 서포트 차(사포카) 정책 시행은 자동차 제작사에도 이익이 되기에 일본 자동차 제작사도 호응해 해당 인증을 받은 차량모델 및 장착된 첨단안전장치의 종류별로 구매 시 확인이 용이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렇다면 고령운전자가 첨단안전장치가 장착된 차량을 운전할 경우의 사고는 얼마나 줄어들까? 미국 고속도로안전 보험협회(IIHS)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 내 교통사고 중 연간 약 4만건 이상의 후방추돌사고 약 2500건 이상의 차선이탈사고 약 4000건 이상의 운전사각지대 충돌사고를 예방할 것으로 예상했다. (Cox et al., 2022)

 

이동권침해 최소화와 교통안전 중요

 

특히, 65세 이상 운전자가 운전하는 총 83만7133대의 혼다 어코드 모델을 대상으로 ADAS가 장착된 차량과 장착되지 않은 차량 간에 보험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방충돌경고장치(FCW)와 차선이탈경고장치(LDW)가 장착된 경우 미장착 차량 대비 담보별 사고발생율이 Collision(국내의 자기차량손해 담보와 유사)만 1.8% 높았을 뿐 나머지는 최소 -3.0%에서 최대 -22.7%까지 낮았으며 사각지대감지장치(BSD)의 경우에는 모든 담보에 걸쳐서 최소 -7.3%에서 최대 -24.3%까지 사고발생율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IIHS, 2021). 

 

고령운전자에 도움이 되는 안전장치는 당연히 모든 운전자에게도 효과가 있다. 첨단안전장치가 장착된 차량을 운전하는 청년 및 중장년 운전자보다 고령운전자의 사고 예방 및 감소 효과가 크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앞서 소개한 일본의 경우, 사포카 보급 정책과 연계해 ‘2022년 5월부터 ‘사포카 한정면허’를 신설했고 기존의 운전면허 소지자가 면허갱신 시에 운전 가능한 자동차의 범위를 사포카로 한정하는 조건을 부여함으로써 운전면허를 반납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된 절충안을 내놓고 있다. 고령자의 이동권 침해 최소화와 교통안전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해외 사례와 연구들을 참고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그리고 머지않아 우리나라 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될 고령자가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제3의 선택지를 제공함과 동시에 고령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노인복지 측면에서의 제도·정책적 검토가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박원필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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