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전기차 기술 비약적 발전하는데 보험의 방향은

주행거리 늘고 사고 증가로 손해율 악화 변화요인 충실 반영하고 개념 재정립 할때다

이재홍 기자 | 기사입력 2021/09/27 [00:00]

이슈-전기차 기술 비약적 발전하는데 보험의 방향은

주행거리 늘고 사고 증가로 손해율 악화 변화요인 충실 반영하고 개념 재정립 할때다

이재홍 기자 | 입력 : 2021/09/27 [00:00]

▲ 손해보험업계는 전기차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고 관련 기술도 발전한 만큼 전기차 자동차보험에도 이같은 요인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게티이미지뱅크


배터리팩 수리비 2000만원넘어 보험금 급증

수리기간 길어 대차료등 지출에 손해율 악재

 

[보험신보 이재홍 기자] 정부가 친환경자동차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보험을 운영하는 손해보험사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전기차가 빠르게 늘고 배터리 기술의 발달로 주행거리도 길어지면서 사고도 증가, 예상했던 것보다 높은 손해율을 보이고 있어서다. 

 

5년 전 전기차의 낮은 사고율을 고려해 기존보다 10%의 보험료 인하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던 전망이 크게 빗나간 모습이다. 

 

전체 차량 중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사고율도 높지 않다던 전기차가 이제는 자보시장에 확연한 악재가 되고 있다. 

 

손보업계는 전기차 자보가 더이상 안정적인 시장이 아니라며 그동안의 변화요인을 충실히 반영하고 이에 대한 관념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기차 현황

 

◆등록대수=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전체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는 2470만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2436만6000대에 비해 34만대(1.4%)나 늘어난 수치다. 

 

탄소 중립정책의 일환으로 범정부부처의 확실한 지원사격을 받았던 전기차의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2019년 말 9만대에 불과했던 것이 지난해 6월에는 11만대, 올해 7월에는 18만1000대로 뛰었다. 

 

◆수리비=올해 4월 보험개발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기차의 평균 수리비는 164만원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내연기관차(143만원)보다 21만원 비싼 것이다. 평균 부품비도 95만원으로 내연기관차(76만원) 대비 19만원 높았다. 

 

내연기관차에는 없는 필수부품 배터리팩의 경우 2000만원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같은 심도의 사고가 발생해도 전기차에 지급되는 보험금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전기차 리스크

 

◆전기차 전용 보험 활성화 연구=불과 5년여 전만 해도 손보업계는 전기차 자보 손해율이 안정적일 것으로 봤다. 

 

개발원이 펴낸 ‘전기차 전용 보험 활성화 연구 보고서’가 근거였다. 

 

보고서는 전기차 소유주들이 실제 가지고 있는 사고 리스크보다 과도한 보험료를 내고 있다며 약 10%의 인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자보료가 비쌌던 것은 높은 배터리팩 가격 때문이었다. 자보료에서 가장 큰 금액을 차지하는 부분은 자기차량손해 담보인데 차량가액이 높을수록 자보료도 비싸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개발원인 실제 실험 결과를 통해 이같은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했다. 여러 제조사의 전기차를 충돌시킨 결과 가장 비싼 부품인 배터리팩의 손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행거리 증가=보고서가 나온 당시에는 문제가 없는 논리였고 손보사들도 이를 수긍했다. 

 

그러나 이후 5년 동안 전기차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2016년 평균적으로 1회 충전 시 200km 안팎으로 가능했던 국내 상용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500km를 돌파한 지 오래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는 1회 충전으로 1000km를 달리는 전기차를 내놓겠다며 새로운 배터리팩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일부 손보사의 자체 조사에서는 자보 가입차량 중 내연기관차의 연간 평균 주행거리가 1만km 수준인데 비해 전기차가 1만3000km 정도로 더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장거리 운행의 기술적 한계가 극복되면서 연료비에 강점이 있는 전기차 운행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같이 주행거리가 늘면서 사고에 대한 리스크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부품비용 및 수리기간=전기차의 경우 기본적인 부품비용도 있지만 수리 및 정비에 대한 인프라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족하다 보니 같은 수준의 수리에도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지연되는 시간은 불가피하게 보험 대차료나 교통비, 정비공임으로 지출되기 때문에 손해율에는 악재가 된다. 

 

또 배터리팩의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손보업계의 시각이다. 

 

엔진 등 내연기관차의 주요 부품과 달리 전기차 배터리팩은 일단 손상되면 부분적인 수리가 불가능, 새 배터리로 교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리스크의 수준 자체가 다르다. 

 

◆화재 위험성=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특성상 화재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69건에 달한다. 

 

더욱 우려가 되는 이유는 증가세다. 2017년과 2018년 각각 13건, 12건이었던 전기차 화재는 2019년과 2020년 각각 22건으로 크게 늘었다. 

 

소방청이 분석한 발화 원인에서도 전체 사고 중 58%가 전기적 요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중 대다수는 차량 하부에 설치된 배터리팩 결합품 내부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당국의 행보

배터리팩 교체비용 전액보상 특약 권고

 

금융당국은 아예 모든 자보에 전기차 자차사고 시 배터리팩 교체비용을 전액보상하는 특약을 만들도록 했다. 

 

이번달 초부터 판매된 이 특약은 전기차가 자차담보에 가입하면 선택할 수 있다. 

 

기존에는 전기차 배터리팩의 파손으로 교체가 필요한 경우 자차담보에서 새 배터리 가격에 감가상각을 적용해 보험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 특약으로 소비자가 부담하던 감가상각분을 손보사가 보장하도록 하면서 소비자는 본인 부담 없이 새 배터리로 교체가 가능하게 됐다. 

 

이와 함께 전기차 충전 중 발생할 수 있는 감전 및 화재사고도 인한 피보험자의 상해도 손보사가 모두 보상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업무용 전기차에서 발생한 사고에 한해 보상했던 부분이다. 전기차 사고로 인한 보상에 대한 손보사의 책임을 대폭 커진 것이다.

 

이는 결국 과다한 수리비 지급으로 인한 손해율 상승과 전체 자보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손보업계가 한숨을 내쉬는 이유다. 

 


 

▨손보업계의 시각

과거 데이터 반영한 요율산출은 안돼

 

손보업계는 전기차가 지속 늘고 있고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전기차 자보시장도 계속해서 확대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그러나 과거 부족한 데이터와 기술력, 인프라 등을 기반으로 요율을 산출해야 했던 환경이 바뀐 만큼 이같은 요인들을 반영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금같은 손해율이 지속된다면 결국 자보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소형 손보사 관계자는 “현재 일부 대형 손보사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미래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적 개념으로 사실상 적지 않은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의 친환경 정책도 좋지만 이를 위해 민간 손보사들이 부담을 짊어져야 할 이유도 없고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모든 자보시장으로 전가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 시각

시스템 복잡성‧공급망 확대따른 추가적 리스크 평가 필요

 

정부가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전기차 보급을 장려하고 인프라 구축도 탄력을 받으면서 전기차 리스크 특성에 대한 식별 및 관리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 보험연구원의 최근 견해다. 

 

이에 따라 전기차만의 시스템 복잡성과 제조업체의 공급망 확대 등 여러 요인에 대한 추가적인 리스크 평가가 필요하고 변화에 대비한 프로세스의 검토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연구원이 분석한 전기차 고유의 리스크는 아래와 같다.

 

◆배터리팩의 불안전성 및 높은 가격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팩이 차량 하부에 장착되고 노면으로부터 차량 하부까지의 높이가 높지 않아 과속 방지턱 및 비포장 도로 등 주행 환경에 따라 치명적인 손상이 가해질 수 있다. 

 

-배터리팩의 주원료인 리튬이온은 불안정한 금속으로 온도 변화에 민감하고 고전압, 과충전 시 발열로 인한 폭발·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화재 진화도 타 사고 유형에 비해 어렵다.

 

-전자제어장치(ECU), 센서 등 고가의 전자제품으로 경미한 사고에도 비싼 수리비로 인해 내연기관차보다 사고 피해가 크고 리스크 측정이 어려울 수 있다.

 

◆다양한 소프트웨어로 인한 오류 및 오작동

-인공지능을 포함한 ECU, 센서, 구동장치 등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복잡해 시스템의 오류나 오작동 문제로 차량 하드웨어가 손상될 여지가 있다. 

 

-ECU의 설계 및 소프트웨어 대부분이 위탁생산으로 이뤄져 정기적인 테스트 및 통합적 변경,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 

 

-소프트웨어의 안전성을 위해 정기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오류 및 설치 실패 등으로 하드웨어 손상이 발생할 수 있고 각각의 상이한 업데이트 주기와 배터리팩 수명 등으로 리스크 관리가 어렵다.

 

◆해킹 등 사이버리스크 및 제조업체의 책임소재

-시스템 해킹 등 사이버리스크가 존재하며 전기차에 기반한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가 확산될 경우 이같은 문제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이 복잡하게 결합돼 있어 문제 발생 시 원인 파악이 어렵고 제조업체의 책임이 하드웨어에서 다양한 소프트웨어 위탁생산업체로 확대됨에 따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황현아 연구원 모빌리티보험 연구센터장은 “전기차 사고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났다면 그에 맞춘 적정한 보험료를 전기차 운전자에게 부과하는 것이 맞다”며 “그렇지 않으면 전기차 자보의 손실이 일반차량 자보에 전가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홍 기자 ffhh123@inswee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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