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여전한 답보상태 AI 보험설계사 도입 해법은

편향적‧의도적 특정상품 권유‧개인정보 침해 차단 리스크관리시스템 구축 단계적 접근 중요

이재홍 기자 | 기사입력 2021/09/13 [00:00]

이슈-여전한 답보상태 AI 보험설계사 도입 해법은

편향적‧의도적 특정상품 권유‧개인정보 침해 차단 리스크관리시스템 구축 단계적 접근 중요

이재홍 기자 | 입력 : 2021/09/13 [00:00]

▲ 지난 2019년 4월에 열린 제1차 혁신금융심사위원회(위)와 올해 5월에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1 온라인 세미나


법적으로 모집인 지위없고 소비자 신뢰도 미미

실증테스트 방안 마련등 합리적 정책 우선돼야

 

[보험신보 이재홍 기자] 보험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 평가받던 인공지능(AI) 보험설계사 도입이 답보에 빠졌다. 

 

규제 샌드박스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된 지 2년여가 지났지만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단기간 내 시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나온다. 

 

차라리 이를 계기로 AI 설계사에 대한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여나가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AI 설계사

 

AI 설계사는 지난 2019년 5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인슈어테크업체 페르소나에이아이의 ‘AI 로보텔러에 의한 보험판매’가 그것이다. 

 

소비자와 가입 상담부터 보험계약 체결까지 TM채널에서의 모집 전 과정을 AI로 진행하는 프로세스가 골자다. 

 

여기에는 규제 특례가 필요했다. 보험업법 제83조 제1항에서 제한하는 보험모집인 자격에 대한 예외가 있어야 가능했다. 

 

페르소나에이아이는 AI를 통한 최대 모집건수를 연 1만건으로 한정하고 협업사인 DB손해보험을 통해서만 판매, 체결 계약 전건에 대한 모니터링, 관련 민원과 분쟁, 소송 등은 DB가 1차 책임을 지는 것을 부가조건으로 혁신금융서비스에 선정됐다. 

 

그러나 이후 서비스 개시는 지속 지연됐다. 

 

지정 후 2년 내 가시적인 성과를 입증해야만 혁신금융서비스로서의 자격을 유지할 수 있지만 상용화는 불발됐고 페르소나에이아이는 올해 6월 한화손해보험과 신규로 협업 제휴를 맺었다.

 


 

▨기대와 현황

 

보험사들이 처음 AI 설계사에 걸었던 기대는 확실한 비용 절감이다. 보험사 입장에서 가장 많은 비용은 설계사 모집수당을 비롯한 사업비로 지출된다. 

 

점차 비중이 커지고 있는 비대면영업을 AI 설계사로 대체할 수 있다면 상당 수준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코로나19로 비대면영업의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점, 신기술에 대한 이해도와 적응도가 높은 MZ세대가 주력 잠재고객층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 등도 또 다른 의미로는 기회 요소였다. 

 

상품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일부 손해보험상품에서는 더 큰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업계 전반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유독 AI 설계사만큼은 쉽지 않은 모습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TM 모집 때 표준 스크립트 낭독은 AI 음성봇이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이 개정됐지만 AI에게 설계사 지위를 부여하기 어려운 상황은 마찬가지다. 

 

결국 규제 특례를 받은 혁신금융서비스에서 성공적인 결과물이 도출돼야만 하는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혁신금융서비스로 AI 설계사가 선정된 것이 악재가 됐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상용화가 지지부진한 사이에도 타 인슈어테크업체들이 이와 유사한 기술을 개발하거나 혁신금융서비스를 신청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다.

 

반면 이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AI 관련 규제를 완화하려는 계획에 대해서는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규제가 완화되면 굳이 혁신금융서비스가 아니라도 여러 가지를 시도해볼 여지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계약 체결만 제약

 

현재 보험사들은 AI 기술을 업무 전반에 널리 활용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머신러닝으로 빅데이터를 장착한 AI 챗봇이다. 

 

각사의 챗봇은 계속해서 고도화되며 단순 상담뿐만 아니라 보험료 납입과 청구, 대출 신청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계약 체결만은 수행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걸림돌이 있다. 

 

첫 번째는 법적으로 모집인의 지위가 없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AI 설계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아직은 미미해서다.

 

상품 가입까지 AI 설계사가 대체하게 되면 불완전판매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업계 내부에서도 나온다. 

 

금융소비자보호법으로 금융상품판매자의 의무가 강화된 상황에서 AI 설계사가 비대면채널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을 아우르기에 무리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와 관련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여전히 AI 등 비대면채널보다 실제 설계사가 진행하는 상담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려와 대안

 

AI 설계사 도입에 있어 데이터 편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분명하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5월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1에서 AI의 윤리 문제를 거론했다. 

 

AI를 통해 도출된 결과물의 경우 공정성과 투명성, 개인정보 및 사생활 보호 등 다양한 부분 윤리적 문제를 파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하는 AI에서는 편향된 데이터 사용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용 절감이나 생산성 극대화 등 단순한 목적이 적용될 경우 차별적이거나 현실적이지 않은 결정을 할 수도 있다는 견해다.

 

실제로 글로벌 유통기업 아마존에서는 여성 지원자 차별과 인종차별 트위터 업로드, 페이스북에서는 성별이나 인종, 지역에 따른 편향적 광고 노출 등의 AI 실패 사례가 있었다.

 

보험의 경우 소비자와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특성으로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김 연구위원의 시각이다. 

 

특히, AI 설계사의 경우 편향되거나 의도적인 특정 보험상품의 권유, 개인정보 침해 등의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을 들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0년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큰 틀에서의 AI 윤리기준을 마련했다. 이어 올해 4월에는 금융위가 금융 분야 AI 운영 가이드라인 제정 계획을 발표했다. 

 

불완전판매 등의 리스크 해소를 위한 실증테스트 방안 마련과 잠재적 위험을 평가·관리할 거버넌스 구축, 신뢰성 확보를 위한 적절한 평가조치 실행 등이 금융위 계획의 주된 방향이다.

 

업계는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거버넌스 수립의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공정성 확보를 위한 데이터 편향성 관리는 필요하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사용자의 의지가 반영된 또 다른 편향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해 관계자들의 공감대 형성을 필수로 보험산업의 건전성 유지와 시장 확대를 견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해외 사례

보험사기 확인‧적정상품 제시등 다양

 

해외에서는 보험사기 가능성을 자동으로 확인,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적정한 상품을 권유하는 방식으로 AI 설계사가 활용되고 있다.

 

독일의 보험대리점 바이에른은 고객 응대를 AI 아바타로 처리한다. 고객의 질문에 답변하며 적합한 상품을 권유, 모집 과정에서 설계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국내에서도 많이 활성화되고 있는 음성봇보다 높은 차원의 프로세스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소통의 방식으로 보험료 및 보험사기 가능성 확인뿐만 아니라 이미 체결한 보험에 다른 보험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있다. 

 

미국의 레모네이드는 AI와 기계학습을 활용해 온라인에서 세입자보험과 소유주 주택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레모네이드 앱에서 AI 상담사 ‘마야’를 통해 2분 내 신속한 가입이 가능하다. 

 

또 악사 스위스 대리점이 운영하는 AI 기반 음성봇은 고객에게 보험 관련 정보 제공부터 보험 판매, 서비스 제공, 사고 통보 및 산정 과정 등 업무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AI 설계사가 존재하는 해외에서도 이와 관련 법률 개정 사례는 아직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AI 전반에 관한 윤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기준을 지속 구체화하고 있다. 올해 4월 유럽연합은 고위험 AI에 대한 규제를 포함한 인공지능법 초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 인공지능연구원의 '보험피팅(위)'과 아이지넷의 '보닥'


설계사 지원시스템으로는 괄목성과

고도화된 자동설계로 맞춤카테고리 제공

 

한편 전면적인 AI 설계사 도입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AI 기술을 활용한 설계사들의 지원시스템으로는 눈에 띄는 성과가 지속 나타나고 있다. 

 

보장분석 등 영업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이 다양해지면서 여러 보험사의 시스템에 접속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AI가 상품을 설계해주는 형태까지 등장했다.

 

설계사는 자동으로 추출된 설계안을 토대로 소비자에게 정확하고 필요한 설명만 추가하면 되는 식이다. 

 

대표적으로는 인공지능연구원이 지난해 12월 선보인 ‘보험피팅’ 앱을 들 수 있다. 이 앱은 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자동화 기능으로 상품을 설계한다. 현재는 더욱 고도화된 자동설계엔진 2.0을 준비 중이다. 

 

아이지넷의 ‘보닥’도 AI를 기반으로 한 진단 앱이다. 소비자의 보험 내역을 AI가 학습해 계약 유지 및 조정 여부에 대한 의견을 객관적 점수로 제시하며 맞춤 추천 보험 카테고리도 제공한다.

 

이 역시 실제 계약을 체결할 수는 없지만 설계사의 영역까지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지넷의 중장기 목표는 AI 설계사의 완성이다. 

 

이재홍 기자 ffhh123@insweek.co.kr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신상품
현대해상, 다이렉트 이륜차보험 출시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