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부담 가중되는 손보업계 사회적 리스크

정책성보험부터 자보‧실손의보까지 다양한 요구 다양한 요구 보장강화‧보험료 인하 압박 ‘시름’

이재홍 기자 | 기사입력 2021/08/30 [00:00]

이슈-부담 가중되는 손보업계 사회적 리스크

정책성보험부터 자보‧실손의보까지 다양한 요구 다양한 요구 보장강화‧보험료 인하 압박 ‘시름’

이재홍 기자 | 입력 : 2021/08/30 [00:00]

▲ 사회적 위험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의 보험상품을 운영하는 손해보험업계는 지나친 부담 전가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보험신보 이재홍 기자] 오늘날 사회적 위험이 거대해지고 복잡해지면서 이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도 다양하다. 

 

각종 정책성보험부터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에 이르기까지 이들 보험은 보험사의 수익 목적보다는 사회 공익적 측면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민간 보험사에 전가되는 부담이 점차 가중되는 양상이다. 

 

보장 강화와 보험료 인하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면서 거대한 사회적 리스크를 보장하는 보험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환경책임보험

환경부, “보험금 지급 거절된 사안까지 점검”

 

최근에는 환경책임보험 관련 논란이 크게 불거졌다. 지나치게 낮은 손해율이 문제라는 것이다.

 

정책적으로 도입한 의무보험이 민간 손해보험사의 배만 불렸다는 자극적 비난이 쏟아졌다. 

 

환경책임보험이 도입된 배경에는 지난 2012년 발생한 구미 불산 누출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 이후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2016년부터 시행됐다. 

 

무과실 책임, 인과관계 추정 등이 특별법리로 명문화됐고 피해자의 입증 부담이 경감됐다. 환경오염피해로부터 신속하고 공정하게 피해자를 구제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적인 골자다.

 

환경책임보험 도입 초기 손보사들은 적극 나서지 않았다. 그간 없었던 미지의 리스크라는 점이 컸다. 환경오염피해의 특성상 점진적이고 어디까지 확대될지 모른다는 부분이 적잖은 부담이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환경책임보험의 손해율은 2016년 14.6%, 2017년 11.5%로 안정세를 보였다. 

 

1기 사업(DB손해보험, AIG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기간인 2016년 7월부터 2019년 6월에는 납입 보험료 1727억원, 지급보험금 61억원으로 손해율은 3.5%까지 떨어졌다. 2기 사업에는 1기에 참여하지 않았던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이 가세, 5개사가 운영 중이다. 

 

손보업계는 낮은 손해율이 손보사들의 이득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지적을 반박한다.

 

수치 이면의 상황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3.5%의 손해율은 1기 사업 종료 시점에 따른 기준이다. 이 역시 64건의 보험금 청구 중 12건에 대한 지급만 완료된 결과다. 나머지 52건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 중으로 조사 결과에 따라 얼마나 뛸지 모르는 상황이다. 

 

2기 사업에서는 1563억원의 보험료 수입이 있었다. 지급 보험금은 86억원이다. 수입은 줄고 지출이 늘었다. 영업이익은 944억원으로 집계됐지만 5개사가 분배하는 것을 감안하면 실질 이득은 크지 않다.

 

더구나 이 역시 진행 중인 조사 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환경부는 내년 6월부터 적용될 개편 계획안까지 마련한 상황이다. 보험료 인하와 보장 강화에 무게가 실렸다. 자기부담금계수를 조정하고 약관을 고쳐 그간 보험금 지급이 거절됐던 사안들까지 범위를 넓히는 방향이다. 

 

이와 함께 폐업이나 휴업 등 장기간 공백 중 발생한 사고 보장도 현행 60일에서 최대 3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손해사정 기간에 관한 규정도 삽입, 조사로 인한 보상 지연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손보업계는 걱정이 많다. 현재 손해율이 높지 않아도 한 번의 사고로도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분야라는 이유다.

 

여기에 점층적으로 확산되는 특성의 환경오염피해 조사 기간을 물리적으로 단축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3기 사업에는 다시 참여도가 저조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중고차성능점검책임보험

민원 발생할때마다 부처 방침 오락가락

 

중고차성능점검책임보험 역시 공익적 목적으로 도입된 의무보험이다.

 

성능점검보험은 중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잘못된 성능점검으로 인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성능점검보험을 운영하는 손보사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분쟁이다. 

 

정책적으로 마련한 보험이고 주무기관이 정한 규정에 따라 운영하고 있지만 분쟁에 대응하는 것은 손보사의 몫이다. 약관상 보장하지 않는 손해를 보장받지 못한 소비자의 민원은 손보사를 향한다. 

 

소비자 불만이 거세질 때마다 국토교통부의 방침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악재다. 분명 성능점검 서비스의 하자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상품인데 보장항목 부품을 정해놓고 여기서 발생한 고장은 점검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사안까지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모호한 기준도 문제다. 명확하지 않은 사안이 많아 업무 담당자 자의적 판단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주무기관이 해야 할 업무마저 상당 부분 전가돼 있는 실정이다. 

 


 

▨전기이륜차 AS확약보험

손보사 리스크 분산 가능성 방안 제약받아

 

AS확약보험은 손보업계가 처음부터 달가워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해당 보험 자체만이 아니라 전기 이륜차가 급증하며 사고 발생 증가를 야기, 이륜차보험 및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이유다.

 

환경부는 전기이륜차 제작·수입업자의 가입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의무는 아니지만 이에 가입한 업자를 통해 전기이륜차를 구입해야만 1대당 최대 33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사실상 모든 업체가 가입해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 상품은 일정기간 주요 부품에 대한 AS를 확약하는 보증보험 형태다. 보험 가입업체가 폐업, 부도 등으로 보증수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손보사가 보험금을 지급, AS를 대행한다.

 

문제는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설정하는 AS 보증기간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보조금을 받은 이륜차 구매자에게는 2년의 운행 의무가 부여되지만 AS 기간이 이보다 짧은 경우도 많다. 개별 업체의 규모가 크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수리 등 관련 인프라도 부족한 실정이다.

 

손보업계는 이에 대해 수입처, 규모 등 다양한 기준을 두고 업체별 리스크를 평가, 각각의 요율을 산출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AS확약보험의 도입 목적과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사업임을 고려, 보장 한도와 요율 상한 설정 등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손보사 입장에서는 여러 리스크를 지고 시작한 영역인데도 이를 분산할 수 있는 방안에는 제약이 생기게 되는 셈이다. 

 


 

▨옥외광고물배상책임보험

옥외광고물업계 요율인하 폭 시시비비

 

옥외광고물배상책임보험은 지난 6월10일부터 시행됐다. 도입 시기는 오래되지 않았으나 지난 2013년부터 의무보험화를 위한 준비 작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오랜 준비 기간과 짧은 도입 시점에 비해 적잖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일단 손보업계와 의무 가입 대상인 옥외광고물업계의 시각 차가 컸다. 기존에도 필요에 따라 가입하는 임의보험이 있었는데 의무보험화에 따른 옥외광고물업계의 요율 인하 요구 폭이 지나치게 컸던 탓이다.

 

이 과정에서 손보업계의 의뢰를 받아 요율 산출 작업을 진행하던 보험개발원이 양 측의 의견 차를 이유로 요율 산정이 어렵다고 통보하는 일까지 있었다. 

 

손보업계 입장에서는 의무보험화로 기존 임의보험 대비 가입건수가 크게 증가한다는 요인은 있었지만 보상 수준 역시 현격히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법에서는 사망사고 1억5000만원 등 한도를 두고 있지만 인원과 건수에 제한이 없어 사실상 무한대의 보상이 이뤄지는 상품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간판업, 광고업 등 형태와 리스크가 다른 업종이 혼재돼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사안이었다.

 

오랜 진통 끝에 손보업계와 옥외광고물업계는 전 매출액의 25%에 대해서만 책임보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전체 매출액이 4000만원인 사업자라면 연간 19만6000원의 보험료가 책정된다. 몇 건의 사고만으로도 손해율은 급증할 수 있다. 

 

향후에는 보험료 수준이 더 떨어질 전망이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책정하고 있는데 아크릴 칸막이나 내부 사인물 등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낮은 영역까지 매출액에 포함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무 신고 등 관련 현안에 대한 법 개정 작업도 진행 중이다. 

 


 

 

행안부 의무보험 관리 합리적 방향 중요

 

손보업계는 행정안전부가 모든 정책성 의무보험을 통합 관리하려는 계획도 올바른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여러 정부부처가 소관 의무보험을 개별 관리하다 보니 형평성 문제 등 부작용이 있고 이를 개선하려는 취지는 환영하지만 전문성에 기인한 합리적 운영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공익이라는 논리가 합리성을 억압하는 결과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보험 논리를 배제한 채 보장 강화, 보험료 인하에만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각 분야별 특수성을 외면하고 형평성을 갖추려는 획일적 개선도 경계해야 할 요소로 꼽았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행안부가 모든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며 “예를 들어 사이버 위험이라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 농업 관련 리스크라면 농림축산식품부의 전문성이 더 높은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자동차보험이라면 손해율이 80% 이하로 유지될 때 보험료 인하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환경책임보험, 풍수해보험 등 언제든 피해 규모가 한없이 커질 수 있는 분야는 다르다”며 “지금 손해율을 이유로 보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영역들도 모두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홍 기자 ffhh123@inswee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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