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9일 제1463호
손보사, 기업성보험 ‘나눠먹기식’ 입찰 禍 부른다 [2017-09-11]
정부 불공정거래 근절 강력추진…개선안할 경우 곤경 초래 가능성


<보험신보 황현산 기자>손해보험사의 ‘나눠 먹기식’ 기업성보험 입찰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보험사끼리 원보험을 인수할지, 재보험에 집중할지 서로 교통정리를 마치고 입찰을 진행, 계약을 따낸 다음 일정 지분을 챙겨가는 방식인데 이미 오래전부터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원보험보다는 재보험이 필요한 회사는 입찰에 빠져 뒤로 물러나는 대신 나중에 재보험을 받는 식으로 서로 도와주며 자기 몫을 확보하는 것이다.

입찰에 참여하는 곳이 줄어들면 그만큼 가격 경쟁이 제한돼 보험가입자는 선택의 폭이 축소될 확률이 높다. 가입자가 필요 이상으로 많은 보험료를 낼 수 있다는 것인데 실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내부에서도 그동안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크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각자의 이해가 맞다 보니 묵인돼 왔다.

그러나 새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기업의 가격담합 등 불공정거래 근절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어 이를 손보지 않으면 자칫 관용 헬기 항공보험보다 더 큰 곤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공정위는 정부가 헬기 항공보험을 가입하기 위해 입찰하는 과정에서 참여한 손보사들이 모두 같은 요율을 제시한 것은 부당한 행위라며 조사를 벌였다.

코리안리가 제공하는 요율을 똑같이 쓰는 것을 두고 양측이 담합을 벌였다는 것인데 조사 결과는 이달 말에 있을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발표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결과에 따라 코리안리와 손보사에 수백억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기업성보험에 대한 특수성을 감안할 때 공정거래법 적용 자체가 무리라는 의견이 적지 않지만 공정위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요율의 경우 여러 보험사가 같이 쓴다고 무조건 담합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는 논란의 소지가 큰 요율과 달리 입찰 참여 과정에서 벌어지는 보험사간 밀어주기는 반론의 여지가 별로 없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보험사에서 같은 요율을 받아 쓰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입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누구는 들어가고 누구는 빠지는 것을 사전에 조율하는 행위는 담합 의혹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사 담당자끼리 만나 회의를 하는 일은 없지만 암묵적인 동의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업계는 기업성보험 담당 조직과 임직원에 대한 실적 평가 기준이 보험사마다 다른 것에서 문제가 비롯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어디는 원수보험료로 평가하고 어디는 보유보험료로 측정하다 보니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보유를 기준으로 삼는 곳은 원보험보다는 재보험에 더 관심을 두기 때문에 무리해가면서 입찰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

입찰 참여는 원수를 필요로 하는 곳에 양보하고 자신은 나중에 재보험을 인수하면 된다.

어차피 기업성보험은 규모가 크고 위험도가 높아 한 회사가 다 보유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보다 합리적인 판단 근거로 제시되는 보유보험료를 평가 기준으로 삼는 분위기가 정착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금융감독당국도 보험사 매출을 보유보험료로 잡고 업계 역시 원수보다는 보유로 보는 것이 맞다는데 동의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여전히 원수에 중점을 두는 곳이 적지 않다.

2017-09-11 / adonis27@inswee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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