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09월 26일 제1457호
대형회계법인 ‘독주’ 보험계리시장 쏠림현상 심화 [2017-09-11]
삼일등 4대법인 인력·위탁물량 대부분 흡수…계리법인 경영 갈수록 위축

<보험신보 황현산 기자>보험계리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계리 수요의 대부분을 대형 회계법인이 흡수하면서 정작 계리법인들은 설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대형 회계법인은 보다 많은 양질의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선진국의 계리 동향 파악도 수월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다.

보험업계는 앞으로 대형 회계법인과 계리법인과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9월 현재 운영 중인 보험계리법인은 15개뿐이다.

퇴직연금시장 확대와 은행, 투자회사, 공제 등 다른 금융권의 계리 수요 증가로 시장이 활성화되고 이에 힘입어 업체수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불어나는 속도가 상당히 더디다.

2010년대 들어 새로 설립된 법인은 4개에 불과하다.

2012년에 문을 연 우리보험계리, 2014년 들어온 선금융보험계리와 프라임보험계리 그리고 지난해 설립된 보험계리법인세종이 전부다.

퇴직연금 의무도입을 앞두고 2009년 한꺼번에 4개의 법인이 신설된 이후 8년 동안 이들 업체만 추가되는데 그쳐 평균 2년에 1개 꼴로 드문드문 생겨났다.

시장 포화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많은 신생 업체들이 문을 여는 보험중개, 손해사정업계와 대조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개법인은 올해 들어서만 현재까지 9개가 새로 진입, 지난 2015~2016년 2년간 설립된 업체 8개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사법인 역시 서울에 등록된 업체만 올해 12개에 이른다. 2015년과 2016년에도 각각 19개, 16개가 신설됐다.

새로운 계리법인이 잘 생기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의 양극화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계리 수요는 당초 예상대로 늘어나고 있지만 일부 업체가 대부분의 일감을 가져가고 있어 신생 업체가 나오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특히, 삼일 등 대형 회계법인이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 전문 계리법인은 설자리가 많지 않다.

삼일과 안지, 삼정, 한일 등 4대 회계법인은 별도의 계리법인을 갖고 있거나 본사 안에 전담 조직을 설치, 계리컨설팅을 하고 있다.

보험사에서 이동하는 계리사들도 계리법인보다 회계법인을 더 선호한다.

정도희 보험계리사회 선임연구원은 “보험사에서 대형 회계법인으로 넘어가는 계리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며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회사와 공제 등에서 나오는 계리 위탁 물량의 상당부분을 4대 회계법인이 흡수하고 있어 계리법인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모 계리법인의 임원도 “큰 일은 대부분 대형 회계법인으로 가고 계리법인은 작은 일 위주로 일감이 들어 온다”며 “시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생 업체가 들어오기 어렵다”고 거들었다.

그는 이어 “전에는 보험사 선임계리사 출신 등이 퇴임 이후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지금은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드물다”며 “앞으로 이같은 양극화 구도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계리법인들의 어려운 여건과 달리 계리사와 계리업무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퇴직연금의 경우 근로자 노후소득보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연금수리원리에 기초한 상품설계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험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공제기관도 계리 인력이 부족해 기초서류, 책임준비금, 배당금·지급여력비율 계산 등의 업무를 외부에 맡기고 있다.

이밖에 상품·위험률 개발과 검증, 경영컨설팅, 가치평가 등에도 계리사가 참여하고 있다.

은행과 투자회사들도 계리사를 찾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계리사들은 금융회사 핵심 업무인 리스크 분석에 있어 회계사나 증권사 애널리스트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보험계리사 자격시험 응시자 중에는 은행이나 투자회사 직원이 적지 않다.

계리시장이 활성화돼 있는 선진국 역시 보험사만 상대하지 않는다.

2017-09-11 / adonis27@inswee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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