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보험사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은 언제?

데이터3법 개정·정부 공공데이터 개방정책 기조 등 환경 조성됐는데 시점은 여전 불투명

정두영 기자 | 기사입력 2022/09/26 [00:00]

이슈-보험사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은 언제?

데이터3법 개정·정부 공공데이터 개방정책 기조 등 환경 조성됐는데 시점은 여전 불투명

정두영 기자 | 입력 : 2022/09/26 [00:00]

▲보험업계는 헬스케어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건강보험공단의 공공의료 데이터 활용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보험신보

 

[보험신보 정두영 기자] 보험업계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공공의료데이터 제공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데이터 3법 개정이나 정부의 공공데이터 개방정책 기조 등 충분한 환경이 조성됐는데도 건보공단은 상반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만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 등 ‘반쪽’개방 탓에 보험사들의 데이터를 활용한 유병자·고령자 보험 개발과 양질의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에서는 공공의료데이터를 민간에 제공해 보험, 의료, 헬스케어 등 분야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건보공단, 의료계등 의식 소극적 태도

유병자·고령자 보험개발이어 헬스케어서비스 제공 차질

 

◆현황과 문제점=보험사들의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이 처음부터 막혀있던 건 아니다. 지난 2017년 이전까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공공데이터는 보험사에 개방돼 있었다.

 

그러나 2017년 국정감사에서 보험사에 공공의료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이후 4년 간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보험상품 개발은 어려웠다. 이후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난해부터 보험사들의 공공의료데이터 이용의 길이 다시 열렸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가명정보·익명정보 정의 도입 및 통계 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의 목적으로 전문기관의 데이터 결합을 허용할 수 있도록 바꿨다. 

 

특히, 개인정보보호 원칙이 완화돼 ‘익명처리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가명에 의해 처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는 부분이 추가되면서 과학적 연구, 통계 작성, 공익적 기록보존 등의 목적을 위한 가명정보 활용이 가능하게 됐다. 또 가명정보를 ‘추가 정보의 사용·결합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로 정의했다.

 

정보통신망법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이미 존재하는 내용을 삭제하고 관련 내용을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이관시켰다. 보험업계와 가장 관련이 높은 신용정보법 개정안에는 금융 분야 빅데이터 분석·이용의 법적 근거를 명확화하고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정보활용 동의 제도 내실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개인신용정보 활용·관리 실태 상시평가제도를 도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5월 인수위원회 시절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 중 ‘세계 최고의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현’을 위해서도 공공의료데이터 개방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수위는 네거티브 방식의 공공데이터 전면 개방과 함께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의료·건강 정보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건강정보 고속도로’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보건의료 빅데이터 구축과 개방을 통해 데이터 기반 정밀의료를 촉진시키겠다고 했다.

 

이같은 데이터3법 시행이나 정부의 데이터 개방정책 기조에도 보험업계의 불만은 여전하다. 심평원은 공공의료데이터를 개방했지만 정작 가장 많은 데이터를 보유한 건보공단이 여러가지 이유를 들며 아직까지 데이터 제공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을 통해 보험의 보장범위가 확대되고 고령자·유병력자가 가입 가능한 보험상품이 다양해진다면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될 뿐만 아니라 보험을 통해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큰 부담없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국민도 많아지게 될 것”이라며 “데이터 활용의 긍정적 효과가 예상됨에도 불구 건보공단은 의료계 등을 의식, 합당한 사유 없이 정보 제공을 지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건보공단 데이터 활용을 위한 보험업계의 그동안 시도=한화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KB생명, 현대해상 등 5개 보험사는 지난해 9월 건보공단에 공공의료데이터 이용 신청을 했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연구계획서 미흡 등을 이유로 모두 허용하지 않았다. 이후 한화생명은 과학적 연구 기준을 충족하라는 건보공단 권고사항을 받아들여 연구계획서 등을 수정·보완해 재신청했다.

 

건보공단은 올해 1월 한화생명 신청 건에 대해 심의를 보류한 뒤 9개월이 지나도록 후속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계류된 연구 주제는 ‘암과 심뇌혈관 질환의 질병부담지수와 관리지표 개발 연구’다.

 

건보공단의 공공의료데이터를 분석해 국내 다빈도 질환이 국민과 가계에 미치는 부담 수준을 평가하는 ‘질병부담지수’를 만들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소비자 피해보다는 연구결과 외부 공개 등을 통해 국민의 질병부담 완화가 기대되는데도 건보공단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시각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2019년 7월 심평원의 보험사에 공공 의료데이터 이용 승인 이후 소비자단체 또는 의료계가 우려하는 정보의 오남용이나 유출사례는 전무하다”며 “일부 보험사는 심평원의 공공의료데이터를 통해 소비자에 유익한 새로운 보험상품ㆍ특약을 개발했으나 혁신적인 상품ㆍ서비스 개발을 위해 건보공단의 데이터 활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모 보험사는 지난해 심평원으로부터 공공의료데이터 활용 승인을 획득하고 암 발견에서부터 회복까지 암환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신규상품 개발에 추진, 올해 7월 상품화했다.

 

구체적으로 ‘갑상선바늘생검조직병리진단’, ‘유방바늘생검조직병리진단’담보를 내놓았다. 바늘생검조직검사는 초음파 등 영상의학 검사, 혈액검사, 신체 검진상 질병 의심소견이 있는 경우 가는 바늘을 체내에 삽입해 조직표본을 얻는 방식이다.

 

암 진단, 수술 이전에 실시하는 조직검사를 보장함으로써 진단, 치료 중심의 보험의 보장범위를 질병의 사전관리, 예방까지 확대하고 ‘조기검사, 조기진단’지원을 통해 질병의 악화 방지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해관계자 의견

  “개인 특정한 보험료 할증등 악용 가능성 커”

  “편향적 상품 불가능…의료계 우려 비현실적”

  

◆의료계·시민단체=건보공단 국민건강정보 자료제공심의위원회는 내외부 전문가 14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중 시민단체, 의료계, 건보공단 노동조합 등이 공공의료데이터 제공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보험사가 공공의료데이터로 개인을 특정해 보험료를 할증하고 보험가입을 거절하는데 활용하는 용도로 악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보험사에게 유리한 보험상품만을 개발·판매하는 등 보험가입자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 결국 민간 기업인 보험사는 국민 편익보다 이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 데이터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보험업계=보험업계는 법과 제도에 기반해 금융당국의 엄격한 관리·통제를 받고 있어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편향적 상품개발은 불가능하다고 얘기한다.

 

상품의 적정성 검토를 위해 보험개발원 검증을 거쳐야 하는 등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어 보험사의 임의적인 보험료 할증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보험사는 상품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다빈도 질환 등 소비자 우려가 큰 질병에 대한 보장을 확대하고 있어 가능성이 낮은 질환을 선별해 보험가입을 권유할 것이라는 의료계의 우려는 현실과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보험사들은 엄격하게 비식별화된 표본자료(가명정보)인 공공의료데이터로 개인을 특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공공의료데이터를 심평원, 건보공단이 보험사에 직접 제공하는 구조도 아니다. 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사전에 허가받은 연구자가 직접 심평원이나 건보공단을 방문해 폐쇄망 분석에 따른 결과값만 반출할 수 있게 돼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공공의료데이터 이용 때 개인정보보호법령 등에 따라 엄격한 보안 관리체계가 운영 중이라 정보 유출 우려는 없다”며 “이러한 법·제도적 안전조치 외에도 정부, 학계, 건보공단, 심평원 등이 함께 참여하는 ‘빅데이터 활용 위원회’ 운영을 통해 보험사의 데이터 활용 결과를 공유하는 등 안전한 데이터 활용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9일‘데이터 경제 시대, 보건의료데이터의 보호와 활용’을 주제로 진행된 국회 토론회 ©생명보험협회

 

“민간에 제공해 사회적 가치 창출 중요”

국회등 토론회…보험 건강보장 확대위해 실행 나서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최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데이터 경제 시대, 보건의료데이터의 보호와 활용’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홍석철 서울대 교수는 우선 보건의료데이터의 사회경제적 가치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보건의료데이터를 개방하고 있는 해외동향을 설명하며 비합리적인 규제와 편견으로 정체돼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홍 교수는 “보건의료 공공 빅데이터의 민간 활용은 비합리적인 규제와 편견에 갇혀있으며 마이헬스웨이(의료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해서도 불합리한 논리로 반대되고 있다”며 “그러나 민간이 주도하는 진료·건강관리 시장에서 건강정보의 활용은 오히려 공공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의 개인정보 유출 및 악용에 대한 우려 또한 제도와 기술적 대응을 통해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험사가 사적 이득 극대화를 위해 인수심사 거절이나 건강 상태를 고려해 보험료를 인상하는 식으로 악용한다면 그런 사업 모델은 지속불가능할 뿐 아니라 이미 보험업법의 규제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서 박희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보험 가입에 거절되거나 높은 보험료를 지불해야 하는 이들이 늘어나 보장 공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보험사의 경험통계로는 이들 취약계층에 대한 발병률, 사망률 등을 정교하게 반영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박 연구위원은 “사회적 합의와 함께 제정된 데이터 3법이 시행되는 등 개인정보, 가명정보 활용의 근거가 마련된 만큼 이제는 실질적인 제도 실행이 필요한 때”라며 “보험사는 책임의식을 가지고 공공의료데이터를 통해 헬스케어서비스 강화와 보험취약계층에게 도움이 되는 상품개발 등 건강보장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두영 기자 jdy0893@inswee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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