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우리나라에 종신연금 지급방식이 있다? 없다?

“김 부장! 아주 다양한 형태로 구축돼 있어요”

박준범 위원장 | 기사입력 2020/10/19 [00:00]

오피니언-우리나라에 종신연금 지급방식이 있다? 없다?

“김 부장! 아주 다양한 형태로 구축돼 있어요”

박준범 위원장 | 입력 : 2020/10/19 [00:00]

 필자가 전에 재직했던 회사에서는 외국의 핵심인력을 채용하는 프로그램이 있었고 연금을 연구하던 우리 부서에 미국에서 연금을 전공하고 경력을 쌓은 김 부장이 채용돼 함께 근무한 적이 있었다.

 

이때 국내의 연금제도·상품과 외국의 제도·상품에 대해 비교 연구 및 토론 등 배움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

 

그러던 어느 날 연금의 인출기(decumulation period)에 대해 함께 토론을 하는데 뭔가 서로 소통이 되지 않고 대화가 계속 어긋나서 처음에는 언어 소통상의 문제로 생각했지만 문제의 원인은 의외로 다른 곳에 있었다. 

 

연금지급(annuity)에 대해 토론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종신연금 지급방식은 공시이율로 부리돼 연금액수가 매달 조금씩 변동될 수 있다는 나의 말에 김 부장은 그게 무슨 whole life annuity(물론 고정급과 변동급 종신연금을 포괄하는 개념이나 대표적으로 고정급을 꼽는다)냐고 반문하면서 고정금액이 지급되는 연금이 없다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 순간 나는 왠지 모를 위축감이 들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는 매달 연금급여가 변하지 않는 고정급 종신연금 지급방식이 없는가?

 

그것은 국내도 21세기부터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시장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이와 관련된 이자율 변동 리스크에 대해 보험사가 전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리스크 헷지 차원에서 연금지급 구조를 고정금리를 사용하지 않고 실세금리를 반영하는 공시이율을 사용해 지급방식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90년대 10~15%, IMF때 20%대, 2000년대 7~8%였던 금리가 이제는 2%대로 떨어진 시장환경과 연금인출기는 최소한 20~30년 이상의 장기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보험사의 상품전략은 나름 불가피한 의사결정이었다는 생각도 들고 공감도 된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기준금리가 0.5%로 결정돼 현재 시장금리는 1%대로 떨어지고 일본이나 독일처럼 마이너스 금리도 나올 개연성은 있지만 현 상황에서 보험사가 감내하기 힘든 추가적인 금리하락이 과연 일어날까?

 

10~20% 고금리에서 2%대까지 급격히 하락할 때는 보험사가 감당하기 힘든 금리 리스크였지만 현재 수준에서 추가적으로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이와 관련된 리스크를 보험사는 감당하기 어려운가? 오히려 최근의 상황에서는 최저보증이율이 고정금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않는가?

 

또 보험사에는 상품 및 계리전문가, 리스크관리 전문가, 자산운용 전문가 등 보험과 관련한 많은 전문가가 포진해 있는데 그동안 금리하락 리스크 부담을 공시이율을 사용함으로써 일반 소비자에게 이전했지만 이제부터라도 전문가 집단이 담당해야 되지 않을까?

 

왜냐하면 리스크 관리 등 보험제도와 산업의 발전은 쉬운 길이 아닌 어렵고 힘든 길을 걸어야 발전할 수 있고 어렵고 힘든 길을 극복하고 선도하는 것은 바로 전문가의 사명이며 자부심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보험경영의 요체도 리스크 매니지먼트(Risk Management)이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이기에 고정급 연금지급 대신 투자형 연금지급이 각광 받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연금 지급방식 라인업(Line-up)을 제대로 갖추고 고객이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연금지급이 많지 않아 시장성이 부족할 수 있겠지만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다양한 지급방식에 대한 시장의 요구는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근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다시 돌아간 김 부장을 더 이상 만나기 어렵겠지만 혹여 다음에 만날 날이 온다면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김 부장! 우리나라도 이제 whole life annuity(고정급)가 있고 연금지급 방식이 아주 다양한 형태로 구축돼 있어요!”

 

박준범 연금학회 개인연금분과 위원장, 성균관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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